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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자매의 어린이집 개원 예배가 끝난 후 휴대폰을 켜보니 OO엄마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남겨져 있습니다.

마음이 살짝 불편해지면서 웬지 바로 전화를 걸게 되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우리집 크기의 두 배가 넘는 대형 아파트로 이사한 아지매입니다.

부부 동반으로 스무해 가까이 사귀어 오는 동안 눈꼴사납게 자랑질 따위 해대는 교만한 사람 아니란걸 잘 알면서도

대형 아파트 이사만으로도 모자라 보름이상을 리모델링 공사하느라 거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에는

놀러오라는 몇 번의 청에도 어쩐지 쉽게 가 볼 염이 나지 않아 지금껏 미루어 왔더랬습니다.

소형아파트 전셋값도 못되는 허름한 농가주택을 사서 이사하면서도 비용이 모자라 도배며, 바닥공사, 입주 청소는 물론 흉물스런 시멘트 바닥을 해머로 쳐서 걷어내는 일 까지 일일이 온 식구들 손으로 직접 다 해결해야만 했던 우리집 처지가 비교되면서 자꾸만 초라해지고 불편한 마음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매번 미루고 피할 수 만은 없는 터.

목장모임이나 하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러만 볼 양으로 회의실에서 목원들과 마주했습니다.


물질때문에 상해 있는 심령이지만 순종하여 목원들을 만나는  철없는 목자가 안쓰러웠을까요? 

주님은 생각지 못한 은혜로 내 영을 풍성히 채우셨습니다.

단지 목자로서의 본분때문에 별 기대도 없이 모임을  시작할 뿐이었는데

목장 식구들의 한 주간 삶이 나누어지고 그 안에서의 간절한 기도제목을 내려놓는 가운데 차츰 내 마음에는 뭔가 간절하고도 뜨거운 열망이 가득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60~70평생을 물질로든 명예로든 세상 부러울 것이 없이 다 누렸던 분들이 그 모든 것을 잃게 되거나,

또는 속 한 번 썩이는 일 없이 그저 쭉쭉 잘 나가는 모습만 보여주던 장성한 자녀들이 오히려 다 늦은 지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적, 육적 이중고를 겪게 되면서, 오히려 이전에는 마주하지 못했던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묵상을 통해 참 평안한 시간을 얻었다거나 또는 간절한 기도의 응답으로 보여주실 하나님의 계획과 뜻을 알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감사와 소망의 고백들은 세상 그 어느 곳에서도 들어볼 수 없을 비밀하고도 완벽한 하나님 자녀들만의 특권이라는 것이 깨달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새삼 연약한 우리 목장이 너무나도 거대하고 당당한 동역의 용사들처럼 든든하게 보여지기 시작하여 나도모르게  지난 연말과 새해를 맞으며 세웠던 영적 성숙을 위한 계획들을 꺼내 놓고 중보기도를 요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그 분들이 저마다의 삶에 치여 내 중보기도까지는 할 여유조차 없을거라고 나름 배려한답시고 지레 내놓지도 않았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내 마음을 치유하시기로 작정하신 성령 하나님과 우리 목장을 위해 예비하시고 일하기 시작하신 틀림없는 하나님을 분명히 확신하였기에 미안한 마음없이 마음껏 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뜨겁고 간절한 통성기도로 나눔을 마무리 하였을 때는 이미 이웃에 대한 불편한 마음따윈 흔적도 없이 가볍고 유쾌해져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으리번쩍한 그 아파트는 역시 보기에 좋았습니다.

내 집에선 볼 수 없는 좋은 것들로 내 눈을 호강시켜준 그 이에게 흔쾌히 축하의 덕담을 풍성하게 나누어주고 돌아오는 고불꼬불 시골길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정겹고 따스해서 참 좋은 주일 저녁입니다.







  • ?
    crosslove82 2015.01.13 09:04

    아멘!!

  • ?
    이선영 2015.01.13 10:43

    없어지고 썩어질 것에는 시간과 비용과 공력을 다 들이면서도 (오늘밤 당장 하나님이 그것들을 다 걷어가실 수도 있는 것 들인데...)

    정작 그 집 식구들 모두 하나님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에는 아무런 두려움도 조바심도 없는 그들이 오히려 안타깝고 짠하게 느껴지더군요.

    외형만 화려한 그 집 보다는 늘 교우들이 허물없이 찾아와주고 찬양과 기도로 가득 채워주는 우리집의 갈라진 담벼락이 훨씬 정겹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와락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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