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우리 집안에서 믿음의 조상이야.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알지?
우리가 먼저 가서 다른 식구들 오기전에 일을 많이 해야지.
특히 창원 큰아빠한테 책잡히지 않게 잘 하고.....
게으름 피우면 안된다.
심부름 싹싹하게 잘 하고,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어른들께 곰살맞게 굴고.........
알지?"
간절한 엄마의 당부에 쪼끄만 제 엄마보다 오히려 더 어른티가 나는 녀석들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어린 아이처럼 순한 얼굴로 걱정말라는 대답을 해 줍니다.
엄마의 걱정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아는 우리 아이들........
착하디 착한 내 새끼들...
(하나님~ 이 아이들을 꼭 붙잡아주세요)
그제서야 나는 큰 집으로 향하는 차에 시동을 걸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 부터 행복 바이러스를 온 몸과 머리와 가슴속에 일발 장전을 합니다.
(주님! 경직된 마음과 두려움으로부터 우리를 강건하게 지켜주세요.)
술김에 아무리 찌르는 소리를 하고, 되도않는 주사를 부려서 속을 떠보려 해도 휘둘리지 않고 웃음으로 잘 넘깁니다.
조카 며느리들에게도 미루지않고 궂은일 도맡아 하고, 술심부름에 운전에 돈쓸일 있으면 젤 먼저 지갑을 열고......
아이들까지 동원해서 그야말로 입안의 혀같이 싹싹하니 굴어드리고
시집간 조카, 질부들까지 다 친정에 다녀와 새로 밥상을 차려 먹이면서도 나는 내 입으로 먼저 친정에 간단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넘어온 세월이 어느덧 이십오년여......
'하다보면 알아주시겠지.
내놓고 욕은 안하시겠지.'
이리 믿으면서 지나왔습니다.
단지 '교회 다니는 것들!' 중에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조상대대로 트라우마라도 있는 사람들처럼 기독교인을 혐오하는 집에 시집온 기독교인 며느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덕분에 어느 정도는 인정도 받고, 다른 모든 면에서는 젤 잘 들어온 식구라는 칭찬도 꽤나 듣게 되었습니다.
"에이~씨 교회다니는 것 들은......"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 명절에도 여전히 술취한 시숙들과 형님들은 어김없이 그 말을 내뱉으며 내 기색을 살핍니다.
아무런 관련도 없는 담소를 나눈 끝인데도
부러 할퀴는 소리를 하고 조롱할 빌미를 기다리는........
(혈기부리지 않기를...)
신년 기도제목 중 하나입니다.
결국 대꾸않고 일어나 화장실로 자리를 피해봅니다.
어두운 낯 빛이 가라앉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나와
언제 그랬냐 싶게 웃으며 속없이 술 한 잔 따라드리는 것으로 '교회 다니는 것'은 용케 잘 넘어갑니다.
여호와여 어느 때 까지니이까
나를 영원히 잊으시나이까
주의 얼굴을 나에게서 어느 때 까지 숨기시겠나이까
나의 영혼이 번민하고 종일토록 마음에 근심하기를 어느 때 까지 하오며
내 원수가 나를 치며 자랑하기를 어느 때 까지 하리이까
여호와 내 하나님이여 나를 생각하사 응답하시고 나의 눈을 밝히소서
두렵건대 내가 사망의 잠을 잘까 하오며
두렵건대 나의 원수가 이르기를 내가 그를 이겼다 할까 하오며
내가 흔들릴 때에 나의 대적들이 기뻐할까 하나이다
명절을 지내고 첫 주일 예배에 읽은 시편 13편 교독문입니다.
어찌 이리도 기가막힌 하나님이신지요.
나를 지켜보시고 알아주시고 위로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만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엄마를 찾은 겁쟁이 아이처럼 마음놓고 펑펑 울 수가 있었습니다.
나는 오직 주의 사랑을 의지하였사오니 나의 마음은 주의 구원을 기뻐하리이다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이는 주께서 내게 은덕을 베푸심이로다
나는 다시금 미운 마음과 분노를 내려놓고 믿지않는 일가 친족의 구원을 위해 기도해야 하겠지요.
내가 지난 이십오년동안 내 아이들에게 되뇌었던 것 처럼 우리 가족은 우리 집안의 믿음의 조상이니까요.
글을 읽으면서 저의 어머니가 생각이 납니다.......
쉽지 않았을 시간들....
그 믿음 참으로 감사합니다.